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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소설 말을 찾아서 관련 이미지

 

이순원의 소설 말을 찾아서는 단순한 양자 이야기 이상의 깊이를 지닌 현대 성장소설이다. 작품은 어린 시절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주인공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이 작품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의 상호텍스트성, 즉 인물 구조나 배경의 차용을 통해 독자에게 친숙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다. 당숙과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의미를 재고하게 하며, 개인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진심 어린 이해와 교감임을 일깨운다. 

작품의 배경과 상호텍스트성 이해

이순원의 말을 찾아서는 특정 시기의 지역적 배경과 문학적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독자에게 향토성과 익숙함을 동시에 전한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봉평과 강릉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의도적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소설 속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봉평이라는 지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며, 메밀꽃 핀 밤길을 함께 걷는 장면은 이효석의 대표 장면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은 단순한 패러디나 오마주를 넘어서, 독자에게 기존의 서정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인물 간 갈등과 성장의 드라마를 더 깊이 있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작품의 중심 인물은 어린 시절의 나와 당숙이다. 당숙은 마부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 주인공의 양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를 부끄러워하고 받아들이기를 꺼린다. 이러한 갈등의 구조는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말을 찾아서에서는 혈연이 아닌 의지에 의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당숙을 아부제라 부르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라, 부정과 수용, 타협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의 산물이다. 아부지(아버지)와 아제(아저씨)의 중간 형태인 이 표현은 어린 주인공이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정립하려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처럼 작품은 고전적인 배경과 현대적 갈등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단순히 과거를 향한 향수적 서사가 아닌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감각적인 풍경 묘사, 방언의 사용 등을 통해 실제 지역 정서를 살리고,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변화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배경은 단지 무대가 아닌,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준다. 문학 교육에서 이 작품을 활용한다면, 텍스트 간 비교 분석은 물론 현대적 가족관의 재해석까지 다룰 수 있어 학습 효과가 크다.

 

양자 관계의 심리와 성장의 내면적 여정

말을 찾아서에서 중심 갈등은 당숙과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 갈등의 핵심은 단순히 양자 되기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과 어린 아이의 자아 인식 간의 충돌에 있다. 주인공은 노새를 끄는 당숙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이를 이유로 양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며, 특히 주체성과 자존감을 형성하는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이다. 당숙은 그런 아이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주인공을 아끼며 헌신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거절과 거리감에 상처를 입은 그는 결국 집을 나간다. 이 사건은 주인공에게도 깊은 충격을 주며, 그제야 비로소 주인공은 당숙의 진심을 마주하고 그의 부재를 통해 감정의 균형을 회복하려 한다. 봉평까지 찾아가 당숙을 마주하고 아부제라 부르는 장면은 그저 감성적인 화해가 아니라, 주인공 내면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 시점부터 주인공은 당숙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다. 노새는 작품 내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기능한다. 말이 아닌 노새는 중간자적 존재로,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당숙의 삶과 연결된다. 주인공이 처음에는 말을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며 이를 찾고자 했지만, 결국 노새와 당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곧, 이상적인 가족이나 관계는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상호 간의 진심과 배려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과거를 회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던 미성숙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감정은 독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을 읽는 동안 누구나 자신의 유년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문학은 때때로 거울처럼 기능한다. 말을 찾아서는 독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의 성장 과정을 되짚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소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감각적 묘사와 지역성의 문학적 효과

말을 찾아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감각적 배경 묘사와 지역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원도의 봉평과 강릉이라는 실제 지명을 활용하여 독자는 시공간적 실재감을 체험하게 되며, 이는 문학적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메밀꽃이 핀 밤길을 함께 걷는 장면은 향토성과 서정성이 결합된 대표적 장면으로, 인물 간의 감정 변화와 맞물려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방언과 지역어는 사실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된다. 아부제라는 단어 역시 강원도 방언적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 표현 하나로 당숙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이 미묘하게 표현된다. 이는 단순히 단어 하나의 문제를 넘어, 인물 간의 거리감, 정서적 상태, 관계의 재정립 등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외에도 소설은 감각적인 장면 묘사에 매우 능숙하다. 예컨대 노새의 발굽 소리가 메밀밭 사이를 울릴 때와 같은 표현은 독자에게 단순한 이미지 그 이상을 전달한다. 이는 감정의 리듬과도 같아서, 인물의 심리 변화와 자연 풍경이 조화롭게 연결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현대 소설에서도 보기 드문 문학적 성취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감각적 독서를 가능케 한다. 문학 교육 현장에서 이 작품을 활용한다면, 단순 줄거리 이해를 넘어 감각 묘사와 배경이 인물 감정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서사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기를 수 있다. 또한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존 문학작품과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창작에 대한 감각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단순한 감상문이 아닌, 작품을 다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작품은 매우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말을 찾아서는 인물 간 갈등과 화해라는 보편적 주제를 향토성과 서정성, 상호텍스트적 장치를 통해 새롭게 변주한 현대소설이다. 성장의 의미, 진정한 관계의 본질, 사회적 시선과 내면의 갈등 등 다층적인 문제의식을 품고 있으며, 독자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는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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