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사람도 아니다> 핵심 정리
- 갈래: 현대 단편소설,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사실적·풍자적 소설
- 성격: 풍자적, 비판적, 공상과학적 요소와 리얼리즘적 요소가 공존
-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나’의 체험과 내면 고백을 중심으로 전개)
- 주제: 현대 사회의 능력주의와 완벽주의가 인간성을 위협하는 모습을 비판
- 특징:
- 인공지능 로봇 ‘그것’을 통해 현실 문제를 우화적으로 드러냄
- 싱글맘의 일상적 고충을 사실적으로 묘사
- 풍자적 요소를 통해 독자에게 사회 구조의 모순을 환기
- ‘홍’, ‘구’처럼 이름이 아닌 성(姓)만 제시 → 익명화된 사회, 인간성 상실을 상징
- 배경 분석:
- 시간적 배경: 21세기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 사회
- 공간적 배경: 디자인 회사, 가정 →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현대인의 삶을 상징
- 사회적 배경: 성과 중심, 경쟁 사회, 육아·가사 분담의 불평등
- 심리적 배경: 무력감, 열등감, 소외감,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
본 작품은 단순히 한 싱글맘의 고단한 삶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사회 구조적 문제를 예리하게 드러낸다. ‘나’는 가사와 육아, 직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점차 자기 존재를 의심하게 되고, ‘그것’이라는 완벽한 대체물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한계와 존재 의미가 부각된다. 이는 곧 현대 사회가 사람답게 사는 것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줄거리
주인공 ‘나’는 다섯 살 난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낮에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해야 한다. 늘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출근하는 ‘나’와 달리, 같은 회사의 ‘홍’과 ‘구’는 반복되는 야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단정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이 대비는 ‘나’로 하여금 점점 자괴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날, ‘나’는 가사 도우미 회사로부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을 추천받는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육아와 가사를 도맡기 위해 결국 로봇 ‘그것’을 집에 들인다. 놀랍게도 ‘그것’은 요리, 청소, 아이 돌봄, 회사 업무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나’가 겪던 피로와 부담을 단번에 해소한다. 그러나 문제는 곧 드러난다. 주변 사람들조차 로봇의 완벽함만을 인정하고, 오히려 주인공은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해 버린다.
‘나’는 차츰 로봇에게 자신이 밀려난다는 불안과 위기를 느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존경하던 홍 팀장조차 사실은 로봇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점이다. 이 순간,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깊은 혼란에 빠진다. 결국 주인공은 사회적 완벽주의와 능력주의 속에서 점점 자기 존재의 자리를 잃어가는 비극을 체험한다.
등장인물과 인물 관계
인물 | 특징 | 관계 |
---|---|---|
나 | 싱글맘, 회사 직원, 가사·육아·직장에서 모두 압박받음 | 딸의 어머니, ‘그것’과 대비되는 인간적 존재 |
홍 팀장 | 회사 1팀장, 완벽주의 성향, 나중에 로봇임이 드러남 | ‘나’의 상사, 사회적 완벽주의를 상징 |
구 | 회사 동료, 능력주의적 사고를 대변, 싱글맘을 비난 | ‘나’와 대립적 관계 |
그것 |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 모든 일을 완벽히 수행 | ‘나’의 대체물, 인간 존재의 위기를 상징 |
딸 | 다섯 살,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함 | ‘나’의 삶의 이유이자 부담의 근원 |
인물 간의 관계는 단순히 가족 관계와 직장 관계를 넘어서, 현대 사회의 경쟁 논리와 인간성 상실이라는 큰 틀에서 재구성된다. ‘그것’과 ‘홍’의 존재는 인간보다 완벽한 존재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나’는 이에 맞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점점 고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해와 감상
서유미의 소설 「저건 사람도 아니다」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 능력주의적 사고방식,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그것’의 등장은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를 극대화한 장치이다. ‘그것’은 육아와 가사, 회사 일까지 완벽하게 해내지만, 바로 그 완벽함 때문에 인간인 ‘나’는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이는 우리가 흔히 바라는 ‘효율성’과 ‘성과’가 사람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작품은 능력주의적 사회의 허상을 꼬집는다. 성과와 경쟁은 결코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환경, 제도, 기회, 사회적 지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 그 결과, 특히 여성이나 싱글맘처럼 사회적 약자는 더 큰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작중에서 인물들이 성(姓)으로만 불린다는 점은 중요한 상징이다. 이름 없는 존재는 곧 사회 속에서의 익명화, 그리고 개인의 개별성이 사라지는 현실을 의미한다. 이름이 아닌 기능과 성과로만 규정되는 사회는 결국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회임을 경고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과학소설이나 풍자소설로 머무르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가 녹아 있으며, 특히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성과가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과 인간성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결국 「저건 사람도 아니다」는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완벽’이 결코 이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며, 오히려 불완전한 인간성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하는 작품이다.
부록: 작가 소개
서유미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소설가로, 현대인의 삶과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녀의 작품은 대체로 현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시선을 담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시선에서 본 사회 구조의 모순과 인간 존재의 문제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대표작으로는 『쿨하게 한걸음』, 『끝의 시작』 등이 있으며, 이번에 살펴본 「저건 사람도 아니다」는 그녀의 특유의 사회비판적 시선과 문학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으로 평가된다.